[Movie]버닝 (Burning, 2018) Movie&Drama


#1

더 숲 시네마.
지하 2층이 새로 생겼는데 지하 1층보다 더 좋다.
음료도 무난하고 빵도 맛있고 화장실까지 깔끔한데다가 
찾기 힘든 영화를 상영해주는 영화관 겸 카페가 집 주변에 있다니 정말이지 최고다.

(((((((((((((((((((((((((((((((((((((((((((((((((((((((((((스포주의)))))))))))))))))))))))))))))))))))))))))))))))))))))))))


#2

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'헛간을 태우다'가 원작이다.
기억에는 30장 안팎? 
단편집 자체가 200페이지였는데 단편이 4~5개쯤 있었다.
영화에서는 헛간이 비닐하우스가 됐다.

#3

원작을 읽은 기억이 있고
감독이 이 영화는 지금의 젊은 이들에 대한 이야기 라고 했던 걸 본 것 같아서 나름대로 저 두 가지에 집중하면서 보려고 했다.
근데 썩 성공적인 것 같지 않다.
원작에 없던 장면들이 아마 감독이 영화로 제작하면서 의도했던 바를 말할텐데 그 장면들이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.
원작을 100% 기억하는 게 아닌 문제도 있고.
내 기억에는 원작에는 종수가 자기위로 하는 장면이 없었고, 종수 아버지와 어머니의 이야기도 없었고,
종수와 해미가 관계를 하는 것도 없었고, 종수가 벤을 죽이지 않는 결말이었던 것 같다.
그리고 종수가 이 정도로 신경질적이지 않았던 것 같은 기억.
결국 감독은 종수와 해미의 관계로 시작해서 종수의 자기위로로 그리고 결국에는 해미가 종수의 위로를 도와주는 걸로
변화하는 걸 통해서 무언가 말하고 싶은 것 같은데 그게 뭔지를 모르겠다ㅎㅎ
종수가 해미와의 관계에서는 남산타워 창문에서 반사된 빛을 보고,
혼자 할 때는 아예 남산타워를 보고 하고, 해미가 도와줄 때는 꿈인 게 무슨 의미일까.
종수 아버지의 이야기는 단순히 종수의 성격적 배경을 설명하기 위함인 걸까.
아빠가 분노조절장애가 있어서 애도 유사하게 그런 게 있다 하는 식으로.
종수엄마도 그렇다.
꽤나 뜬금 없이 등장해서 16년만에 만난 아들한테 한다는 소리가 500만원 빌려달라는 얘기.
그것도 아들에 집중하기 보다는 누군지 모를 상대와의 카톡에 집중하면서.
근데 또 그걸 아들이 빌려준다고 했다. 이 장면이 무슨 의미일까.

#4

스티븐연이 아니라 연상엽으로 나오길래 한국 활동명인가 했는데
한국영화라서 그런건지 아님 연상엽으로 활동할 때의 특징인 건지 모든 대사가 한국어였다.
옥자 때는 영어가 대부분이고 한국어는 드립 칠 때 사용했었는데 그 때 이름이 스티븐연이었는지 연상엽이었는지 모르겠다.
마지막에 해미가 아닌 제2, 제3의 해미처럼 보이는 여자에게 화장을 해주는데
화장이 죽은 후에 불 태우는 그 화장 같기도 하고,
개인적으로는 브러쉬로 입술을 계속 가로로 긋는게 왠지 성냥에 불을 붙일 때 모습이 연상되서 소름 돋았다.

#5

유아인이 나오는 영화는 베테랑, 사도, 앤티크 정도 봤고 연애의 발견에 카메오로 나온 것 봤고.
되게 열일하는 것 같은데 나랑은 코드가 잘 안 맞아서 본 게 별로 없다.
이 영화에서의 유아인은 어딘가 화나 있고 그게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고 행동에 드러나고 그래서 어딘가 짠한데 무섭다.
뭔가 어장 속에 갇힌 한 마리 물고기 같은데 
자기도 그걸 알지만 스스로 너무 비교되는 걸 아니까 자격지심에 차있는 느낌.
그래서 대놓고 좋아한다고 말하지는 못 하고 은근하게 넌 나랑 어울린다 쟤랑은 안 맞는다 하고 던지는 느낌.
연기가 호평 받던데 개인적으로 나는 왠지 모르게 작위적이고 어색한 느낌이었다.

#6

전종서는 이번 영화로 데뷔했다던데 포스터에 있던 사진보다 영화에서 훨씬 예뻤다.
개인적으로 가로로 긴 눈을 좋아하는데 가로로 긴 눈에 삐쩍 마른 몸에 날카로운 인상까지 완전 취향 저격.
화장을 해도 예쁘고 화장을 안 해도 예쁘고. 어딘가 약간 성난 사막여우 같은 느낌이었다.
아쉬웠던 건 목소리가 생각보다 너무 높고 앵앵거리는 느낌?
근데 해미 이후에 벤이 노리는 여자들 보면 다 그런 목소리라서 약간 웃겼다.
연기는 미묘했다.
약간 오버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해미라는 캐릭터를 살리기 위한건지 아님 본인의 스타일인건지 모르겠다.

#7

2시간 반의 짧지 않은 런닝 타임을 가진 영환데 지루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.
그건 아마 음악 때문일 것 같은데 음악이 영화의 분위기와 찰떡이다.
중간에 현을 튕기는 듯한 소리가 멜로디를 이루는 음악이 나오는데 그 곡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.

#8

유아인 아버지가 사진으로 처음 등장했을 때 
왠지 저 사람 익숙한데 어디서 봤을까 어느 드라마였지 영화였지 하다가
갑자기 아 헐 설마 최승호 피디인가 싶어서 엔딩롤 올라갈 때 확인했는데 진짜였다.
어디서 누구와의 인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참신한 등장이었다.

+

#9

종수와 해미의 관계, 종수의 자기 위로, 해미가 도와주는 종수의 위로는 결국 없는 걸 잊으면 된다는 판토마임이었다.
처음에는 해미가 있는 게 확실한 상황에서 관계를 갖고
그 다음에는 해미가 없는 방에서 해미가 없는 걸 잊어버리는 종수가 해미가 있는 것처럼 자기 위로를 하게 되었을 때
마침내 해미가 다시 등장해서 종수의 위로를 도와주는.
해미의 고양이 보일이와 해미를 같다고 생각해보면 쉽게 풀리는 문제였다.

#10

며칠간 다시 생각해보니 결국 이 영화는 해미의 대사 안에 모든 게 있는 느낌
진실을 얘기해보라는 해미
근데 해미는 있다고 생각하는게 아니라 없다는 것을 잊는 걸 진실로 받아들이는 사람.
자의로 받아들이는 건지, 타의로 받아들이는 건지는 해석에 따라 다르겠지만
해미에게 진실은 그런 것이다.
있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없다고 생각하는 것.
그리고 이건 영화 전체에서도 똑같다.
보일이도, 종수와 해미의 관계도, 종수의 소설도 그리고 더 나아가면 벤의 비닐하우스 태우기도 그렇지 않을까.
벤은 정말 비닐하우스를 태운 게 아니라 자신의 마음 속에서 비닐하우스가 없다는 것을 잊음으로써 진실로 받아들였을 수도.
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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